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까칠이 13 11,648
 
 
 
 
할머니 할머니~ 엄마올때됐다!! 마중가자 마중!!
...하고 땡깡을 부려댔던게 아직도 생각나네요.

 

할머니손을 꼭 잡고 엄마를 마중가고,
그리고 또 조금 있다가는 엄마 손을 붙잡고 아빠를 마중나갔었던것같아요.

 

 

할머니는 가끔 4-5살쯤 된 저를 업고 마당에서 도라지를 까기도 하셨죠.
마당에 대추나무가 한그루 있었어요.

 

그 대추나무를 터는 날엔 뭐 그리 욕심이 많았던지
바가지를 하나 들고 나가서 동네분들이 주워가시는 대추를 주워 담아오곤 했었답니다.

 

 

몇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처음 나왔을 때인것 같아요. 납작하고 얇은 부채꼴 모양의.
할머니를 졸라 500원을 들고 슈퍼에 가서
그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었을때의 그 기분이란.^^;

 

 

사촌오빠가 감기에 걸려서 해열제를 먹을 때는
그 달달함이 좋아서 아프지도 않은데 나도 달라고 떼쓰기도 했었고..

 

제가 좀 커서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동생들 먹으라고 하나씩 싸주시던 김밥을 주워먹다가
애들껄 니가 왜 먹냐고 타박을 듣기도 했었네요.

 

 



그리고 한살 한살
벌써 이렇게나 커지면서

 

할머니는 점점 야위어가시고,
심한 관절염때문에 제대로 걷질 못하셨지요.

그래도, 그래도, 항상 갈때마다 문 열어주셨는데..^^

 

 

 

 

2주 전, 할머니가 쓰러지셨어요.
깜짝 놀라 병원엘 갔을땐 말씀도 하시고, 손도 힘줘서 잡으시고..
그래서 큰일이 아니구나.. 하고 안심하고 아빠랑 저녁을 먹으러 갔었어요...

 

아, 별일 아니구나_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저녁을 즐겁게 먹고 돌아왔는데.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내가 할머니를 안아봤던게 언제지?
할머니 발톱 깎아준 진짜 오래된것같은데..?
할머니 사탕 안사다준지도 진짜 오래됐다.
할머니..나 결혼하고 애기 낳는것도 다 본다고 했잖아..

 

할머니 옆에 앉아서 혼자 계속 중얼거리기만 했어요.

 

 

할머니는 지금 의식이 없데요.
왼쪽은 마비가 됐데요.
오른쪽은 자꾸 움직이고 이불도 걷어내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게 아니래요.

 
그저 계속 잠만 자고 있어요.

 

 

보내드려야 할 때가 가까워온다..
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울줄은 몰랐어요.

 
할머니가 와서 자고가라고 했을때,
할머니 옆에서 잔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눈이라도 한번 마주쳤으면 좋겠어요.
한마디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도 분명히 하고싶은 말이 있을텐데.

 

 

어서 빨리 깨어나셨으면 좋겠어요.

 

 
 
  

Comments

smc^.^~
할머니emoticon_007 
얼음공주
나두 껴줘~~~emoticon_001 
신리
토닥...토닥....

미소누나 올라왔어...
담주에 너 놀러올때 같이 보쟈드라.... 
까칠이
기운내야죠..ㅠ_ㅠ
엄마고 이모고 지금 상태가 말이 아니라.. 저라도 정신차리고 있어야할듯..
어제 저녁에 요양소에서, 임종 지켜보시라고.. 전화왔다던데. 아직 연락이 없나보네요.. 
명랑!
까치리.... 힘내라!
....
....emoticon_009 
Apple♥
까끈이 힘내...
나도 울 할머니 보고싶다...
맨날 물어본거 또물어보고 또물어보고 또물어보고 그랬었는데... 
초롱소녀
지금은 정정하게 살아게신 울할머니들...챙겨드려야 겠네요.
자주 찾아뵙기도하고...멀지 않은 곳에 계시는데...자주 못하는게 사실입니다.
멀어봤자...한시간 거리인데...ㅠㅠ

까칠한끈이님...힘내세요...!!
까칠한끈이님 맘아시고 곧 깨어내실겁니다.
기도할께요. 
KENWOOD
얼마전...사장님 모친이 쓰러지셔...의사들도 이젠 준비하라고...
떠날보내드릴 준비를 다 마쳤는데...현재...아주 건강하게 잘지내고 게신단다...92세...

까칠아...힘내...!!
할머니 언제 그랬나는듯이 툴툴털고 일어나시어 이쁜 손녀 찾으실꺼야...^^ 
★쑤바™★
울 할매....보고싶은 울 할매...
생각나네....

어릴때....병상에 계신 할매가..
손녀 손한번만 잡자고...그렇게 내미셨음에도....

어린마음에....아파 누워계신 할매 무서워서...
할매 아닌거 같아서...모질게 뿌리쳤었는데.....
그렇게 돌아가실 줄 몰랐었는데...ㅠ_ㅠ

힘내라...!!!
슬픈 마음으로 보내지 않도록....잘해.... 
앨리쓰
저도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은데...^ ^;;
까끈님 할머니... 얼렁 훌훌 털고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마법사 온
군대 있으면서 할머니께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000년에 제대하고선, 2002년 돌아가실때까지..
나름 할머니의 소중함을 알고 행동했습니다. (다행이도 말이죠..)
머,, 그래봤자 모시고 공원간거랑.. 신발사드린거 정도...?

대신 평소에 할머니를 많이 안고 그랬죠.. 그 따스한 느낌이 좋아서였을까요..

님 글을 보니까.. 예전 생각이 나네요.
우리 할머니도.. 쓰러지시고 말한마디 없이..
손자 잘 지내야 한다는 말도 없이.. 그냥 가셨어요.

그래서.. 항상 죄송하답니다.
좀 더 잘해드렸어야 했는데..란 생각으로..
지금은 훨~씬 더 잘해드릴 수 있는데..란 생각들 말이죠.. 
이지은
에휴~힘내세요~이말씀밖에 해드릴게 없네요~ 
giri
음...emoticon_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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