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길... 행복하길.....

행복하길... 행복하길.....

유자경 9 5,335






 절친했었던, 함께 연애상담을 주고 받던 제 벗이라는 녀석이
 어제 새벽에.. 제 스스로 모든 걸 끊고 도망가버렸네요.



 어제 지 여친하고 헤어졌다고.. 사랑 같은거 정말 어렵고 하기 싫다고
 정말 사랑 많이 했는데... 서로 나중에 서로로 인해 상처받을걸 너무나도 잘 알겠어서
 그게 무서워서.. 둘 다 겁 지레 먹고 헤어졌답니다.
 그러는 놈 앞에다 대고... 전 그랬죠.
 '니가 정말로 놓치기 싫은 여자였더라면 정말로 그렇게 놔줬겠냐. 넌 사실 헤어지고 싶었던거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라' 라고.. 참 저답게 대답을 해줬죠.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을 좀 해보겠다더니, 얼마 있다가 제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힘들다,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다, 마음이 아프다, 허무하다,
 그런 말들을 쭉쭉 내뱉더니.. 갑자기 자기 혼자 좀 있고 싶다며 메신저를 나가버리더군요.
 그 때 시각은 이미 새벽 1시 반... 그리고 그 때 제 남친을 비롯한 남자애들 몇몇이
 그 녀석이 걱정되어 차를 몰고 그 녀석네 집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동갑내기라 다같이 친구거든요)


 저도 그냥 신경 끄고 잤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났더니 문자가 와 있더군요.
 남친의 문자, 그리고.. 그 녀석의 문자.
 남친에게선 새벽 5시 쯤에 그 친구 만나고 인제 집에 왔다는 문자였고,
 그 녀석에게선 새벽 6시 쯤에 와 있더군요. 안녕, 잘 지내라.. 는 아주 짧은 문자...


 그리고 회사 출근 했다가.. 남친에게서 연락 받고
 오전 근무고 뭐고 당장 달려나가서 병원에 가서 멍때리고... 이건 뭐 눈물도 안 나오고...
 원래 눈물 같은 거 헤프지 않은 저라는 거 잘 알고는 있었지만
 친구 녀석 그 꼴 났는데도 울지 않는 제가 참... 기가 막히더군요.
 더 우스웠던건.. 다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달려온 녀석들이 걱정되어
 그 녀석들 울고 불고 하는걸 전부 다 끌고 병원 앞 해장국집에 데려가서 제 돈으로 밥 사먹였다는 것...
 정작 저는 한 숟갈도 안 먹으면서.. 애들 거둬서 밥 다 먹이고 그만 울라고 다독여주고...


 그들 중 한 놈이 저더러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거냐고 묻더군요.
 그냥.. 멍해서인지 대답도 안 했던 것 같네요. 변명 같은거 하기 싫어서 그냥 무시하고
 시간 많은 백수 친구들 거기다 앉혀놓고 전 다시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제 남친이 가장 많이 울더군요.
 지 여친은 울지도 않고 꼿꼿하게 있는데.. 가오 안 서게 저더러 자꾸 울라고 그러는데...
 이렇게 한심하게 도망가 버린 놈 때문에.. 울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눈물이 아까워서요.
 제가 너무 차갑죠.. 한심하게 진짜 울어야 할 때에 울지도 못하고
 회사 도착해서 다들 괜찮느냐는 안부 받고 괜찮다고 말하고 제 자리에 와 앉아서
 멍하니 모니터 배경화면만 쳐다보다가 불쑥 그제서야 눈물이 나더군요..


 못난 시키...
 행여 제 말이 상처가 되었던거라면, 그런 나약한 놈하고 친구였다는 사실도 전 후회할렵니다.
 잘 가라.. 행복해라.




 모두들 명복을 빌어주세요.. 잠시나마 진심으로...




   

Comments

applemint
모두들 감사드립니다.. 친구놈은 무사히 3일장 다 치르고 편히 보내줬습니다.
원래 친구같은 거 잘 안 만드는 성격인데, 있던 친구놈마저 이렇게 되고보니
새삼 저도 뒤돌아서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네요...
부탁이라면.. 다음 생에는 부디 사랑때문에 더는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졸부가 된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돈은 많지만 늘 외로웠고 늘 사랑이 그리웠던 녀석이거든요.
우습지만.. 제게 애인이 없었더라면, 제게 결혼하자며 청혼했을거라더군요. 언젠가 말하길...
제 대답은.. '웃기시네, 나더러 니 엄마하라고??' 였죠.
전 그 녀석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믿었죠. 좋은 놈일거라고. 행복해질거라고요..
그래서 진심으로 좋은 여자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랬었는데...

오늘은 살아남은 기념으로 모두와 함께 술 한잔 하고 집에 왔습니다..
가뜩이나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니 기분이 몹시 묘하네요..
천국은 못갔어도 나쁜놈은 아니었으니 지옥에도 안 갔을거라 믿습니다.
모두들 위로해주시고 명복을 빌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쑤바™★
너무 슬프면.......
가슴이 돌덩이로 막아놓은 것 처럼....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고...머릿속은 텅 비고....
심장 안에서만...울어대는 소리를....나 혼자서 듣는거죠.....
민트님은....가슴으로 먹먹하게 울고 있었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임대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현실을 인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사람마다 제각기 조금 다릅니다.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막상 그것이 현실이라고 인지하면 그때부터 눈물이 쏟아지는거죠.
저 역시 그러했으니까요.
살아남은 사람은 움직여야하니 밥 챙겨드시고 기운내시기 바랍니다. 
Apple♥
1년 전.. 제 친구가 생각납니다... 만우절이여서 다들 안믿었었는데..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행복술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카키색날개
▶◀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호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하늘에서 행복하시길.. 
giri
음... 
아리수
절친했던 친구라 이렇게 떠난것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껴서 그러는게 아닐까요...아무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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