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지뢰...

나비지뢰...

★쑤바™★ 6 5,328


당신, 보고 있나요?

비행기가 날아올라요. 저 커다란 날개가 자취를 감추면
당신은 한동안 그 그림자 한 조각이라도 줍고 싶은 마음이겠죠.

하지만 떠나가는 것들은 으레 그렇듯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아요.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속 깊은 작별인사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세요.

당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어요.
자신의 새장에 두기보다
드넓은 창공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 그 새를 향한 더 큰 사랑임을.

마음을 넓혀 보세요.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아 보세요. 그러면 느껴질 겁니다.
당신 마음 속, 그 깊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의 날갯짓이.

나비지뢰를 아세요?
갑자기 왠 나비지뢰? 라고 뜬금없는 표정은 짓지 마세요.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그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억지라고 해도 좋아요. 당신과 많이 닮아 있더군요.
그 처절하도록 슬픈 느낌이.
인간이 만든 가장 잔혹한 무기인 나비지뢰와 당신의 사랑이.
그리고 당신이 받은 그 참혹한 상처가.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시리도록 맑고 파란 하늘이었을 거에요.
아프간 케이바레드 벌판엔 떡갈나무 숲이 펼쳐저 있어서 그 푸르름은 더했지요.
낡고 해진 샌들을 신었지만 거기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해맑기 그지없었어요.

타타타타!
그때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울렸고,
아이들은 저공비행하던 헬리콥터를 따라 달렸지요.
헬리콥터에서 무엇인가가 수없이 뿌려졌기 때문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따라다녔어요.

굶주려 허기진 아이들의 눈에는
그것이 빵이나 사탕봉지 같은 걸로 보였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것은 나비 모양의 장난감 같은 것이었어요.
그 뜻밖의 행운에 아이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지요.

모처럼 얻게 된 신나는 장난감은
직경 10센티미터 남짓한 몸체에다 날개가 두 장 이었어요.

팔랑팔랑 하늘을 날아다니던 그것을 손에 쥔 아이들은
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좋아했지요.
잠시 후 그것이 자신을 영원한 어둠 속으로 끌고 가버릴 줄은
까마득히 모른 채.

러시아제 대인지뢰 PFM-1형.

아이들이 손에 넣은 장난감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폭발물이었어요.

끔찍한 일이죠.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지뢰는
즉각 폭발하는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폭발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
계속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작동해서
주변을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가까이 모여 들었던
다른 아이들의 피해도 심각하다는 거죠.

소름끼치는 일이지만 그 장난감 지뢰는
아이들을 해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해요.
나중에 커서 병사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의 손발이나 눈을 앗아가기 위해.

지뢰가 폭발하면 아이는 외마디 비명도 지를 수가 없대요.
그것을 쥐고 있던 손은 형편없이 잘려나가고,
화상을 입고, 파편에 의해 눈까지 멀게 되지요.
옹기종기 모여 지켜보던 아이들도
함께 나뒹구는 것은 물론이구요.

거짓말 같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이 이야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에요.
지금도 지구의 어느 한 편에서 엄연히 자행되고 있는 일이랍니다.

어쩌면, 어쩌면 말이에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곳에 안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를 일이에요.

인간이 만든 가장 잔인한 무기가 나비지뢰라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참혹한 상처는
사랑이 아닐까요?

당신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랑이 처음 다가올 때 얼마나 아름다웠던가요.

하지만
그 사랑에 의해 눈 멀고, 상처받는다는 건 까맣게 몰랐지요.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당신.
그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기꺼이 그 길을 택했던 당신...
그런 당신이 한 때는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존경스럽다고 해야 하나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던 당신.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대견스러울 정도로.

그 잔인한 나비지뢰도
아이들의 '희망'만은 빼앗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두 팔이 잘려 나갔어요,
두 눈이 보이지 않아도 아이들은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외려 더 강한 집념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고 하니.

참 눈물겨운 이야기죠?
감히 말하건데 삶은 그토록 아름다운 거에요.

아물지 않는 상처는 없어요.
당신에게 얼마나 긴 세월의 처방이 필요한지 몰라도,
그 세월 동안 내가 있어 당신의 고통이 덜어졌으면 해요.

내게 있어 당신이 또 다른 나비지뢰가 될지라도........


Comments

★쑤바™★
헉!!!+ㅁ+ 
토마토천사
뚜비뚜바~~~
너 한가하구나 ㅋㅋㅋ 
★쑤바™★
네....안그래도 찾아보니까..
절케 마음이 동하는 글이 있길래..얼른 퍼왔습죠~ 
mamelda
이쁘고 잔인한 제목이군요 ^^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ㅎ 
KENWOOD
아,,,이정하님이 쓰셨구나,,,감각적인 글들,,,참좋네,,,
지혜별님,,,책사시면,,,꼭 돌려보기,,,^^ 
지혜☆
^^ 책에 프롤로그부분에 나오는 글이예요..
어찌나 짠하던지.... 이정하시인이 쓴 첫번째 소설이라... 전개가 그렇게 짜임새 있진 않지만.. 시적인 표현들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감수성이 많이 자극되더라구여...
아... 예전에 짝사랑땜에 맘아파하던 그때 그시절이 많이 생각이 났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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